★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106편, 험블리 세계여행 – 필스너의 고장, 플젠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가을의 낭만으로 가득했던 프라하에서의 어느 오후, 쌀쌀한 가을 날에 따끈한 국물 음식이 간절했던 우리는 이 곳에 베트남 쌀국수 음식점이 많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잘 알지 못했던 사실이지만 체코에는 많은 수의 베트남 이민자들이 모여 있어 자연스레 베트남 음식점들이 생겨났기에 베트남 현지에서만큼 이나 맛있는 쌀국수를 즐기기에도 괜찮다.
우리 입맛에도 딱 맞는 따끈한 쌀국수 한 그릇은 쌀쌀하면서도 쓸쓸할 수도 있었던 타지에서의 가을날을 충분히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마음과 배 속까지 따끈하고 든든하게 채운 우리는 체코 하면 떠오르는 맥주, 필스너의 고장인 플젠(Plzen)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사실 맥주 하면 독일이 먼저 떠오를 만큼 독일 맥주가 우리에겐 더 익숙하기도 하겠지만 사실 맥주 소비량으로 봤을 땐 체코 맥주가 세계 1위라고 한다. 프라하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약 95km 떨어 진 플젠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프라하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플젠으로 향하는 기차표를 구매 한 우리는 짧지만 즐거운 기차여행을 시작했다. 커피와 따뜻한 빵과 함께 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체코의 풍경을 바라보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플젠에 도착 했다.
프라하에서의 낭만이 기차 역으로 이어진 것일까, 아름다운 기차역의 내부에 감탄하며 한동안 기차역 안을 누비고 다녔다. 입구의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과는 달리 매표소가 있는 곳으로 내려 가니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의 생활 모습이 상반 되었다.
기차역에서 나와 처음으로 맞이 한 플젠의 모습은 여느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바쁜 도시의 일상을 보였지만 멀리 보이는 교회의 첨탑과 붉은 지붕들은 도시의 삭막함을 해소시켜 주기에 충분히 아름다워 보였다.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필스너 맥주 공장은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접해 보았기에 너무도 익숙한 필스너의 로고가 보여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공장의 입구에는 필스너 우르켈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세운 개선문이 눈에 띈다.
출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니 넓디 넓은 옛 공장의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도 재미있기도 하다.
내부에는 19세기의 양조장을 재현해 놓아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당 약 10,000원 정도의 티켓을 구매 한 우리는 입장 시간에 맞춰 필스터 맥주 공장 투어를 시작했다.
넓은 공장은 필스너 맥주 로고로 장식 된 귀여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우리에겐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로 더욱 익숙한 플젠스키 프라즈로이 맥주 회사는 체코에서 가장 큰 맥주 수출 회사로 시간당 약 12,000병의 병맥주, 약 10,000캔의 캔맥주를 생산해 내는 어마어마한 생산량을 자랑한다.
이 곳만의 전통이 있는 특징들과 현대의 편리하고 빠른 자동화 시스템을 소개하며 투어는 진행 되었다.
더운 기운이 훅 다가 온 발효 탱크실에서는 발효를 하며 생성 되는 알코올 성분 때문인지 발효 과정의 쿰쿰한 냄새와 함께 다가오는 특이한 향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필스너 우르켈은 오랜 시간에 걸쳐 플젠에 전해 진 여러 맥주의 제조자들이 모여 가장 맛있는 한 가지 레시피로 질 좋은 맥주를 만들자고 한 데서 시작 되었다고 한다.
투어를 진행하는 가이드는 조금은 서툴지만 필스너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늘한 지하 창고는 맥주가 더욱 맛있어 지도록 적절한 온도로 맞추어 져 있었고 곳곳에 쌓여 있는 오크통에서 웬지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흘러 나오는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얼른 저 안에 담겨 있는 액체를 맛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지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시음 시간이 다가왔다.
바로 이 지하 창고에서 병입을 기다리며 아직은 걸러지지 않은 거친 맥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대한 오크통에서 시음용 잔 한 가득 담아 낸 살아 숨쉬는 맥주는 시중에 판매하는 것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입 안에서 살아 움직인는 듯 거칠면서도 생기가 느껴진다.
모두들 감탄을 하며 어느새 한 잔을 뚝딱 비워버렸다.
언제 다시 이 맛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과 그럼에도 이 맛을 경험 했다는 성취감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평소 좋아했던 제품이 만들어 지는 곳을 직접 보고 경험 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플젠에서 대 만족을 하며 프라하로 돌아 온 우리는 기차 창 밖으로 보았던, 프라하의 발상지이자 현지인들의 아지트라고도 불리우는 비셰흐라드(Vysehrad castle)에서 하루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등의 건축 양식이 혼합 되어 있는 건축물들뿐 아니라 음악가인 드보르작이 묻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도 비셰흐라드 언덕 위에 지어 진 성과 요새의 터인 이 곳에서 블타바 강을 따라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프라하의 모습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 있는 성 페트로와 성 바오로 성당은 11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하늘 위로 뾰족 솟은 건설 초기의 고딕 양식과 함께 증축과 재건을 통해 여러 건축 양식들이 혼재 되어 있어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성당이다.
아득하게 오랜 역사의 흔적들과 함께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비셰흐라드를 거닐던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 질 정도로 아름다운 전망을 보고 그 모습에 완전히 매료 되었다.
프라하와 플젠을 오가며 보낸 알찬 하루가 저물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곳 프라하에서의 시간을 정리해 본다.
아름다운 가을날의 정취와 오랜 역사와 전통이 지닌 멋스러움, 그리고 즐거운 맛의 조화가 매력적으로 다가 온 체코에서의 시간들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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