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이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48편, 험블리 세계 여행 -나만 알고 싶은 보석 같은 곳, 타바츠쿠리
산 좋고 공기 좋은 조지아에서도 물도 좋은 보르조미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다음날 오전 보르조미 근처를 둘러 보기로 하며 어디로 갈지 고민을 해 보았다. 우선 숙소의 주인 아주머니가 적극 추천해 준 보르조미 국립 공원과 온천 수영장을 가 보기로 하고 그 전에 지도에서 찾은 작은 호수가로 가 보기로 일정을 짜 보았다. 전날 먹고 남은 밥과 라면을 대충 끓여 먹은 우리는 이 호숫가로 가서 산책을 한 후 숙소로 돌아 와 점심식사 후 보르조미 국립 공원으로 가 보기로 했다.
지도상으로 보이는 타바츠쿠리 호수는 두세시간이면 다녀 올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우리의 생각을 싸그리 묵살 시키듯 우리의 오늘 일정을 완전히 뒤바꿔 버렸다. 오전 10시쯤 숙소에서 출발한 우리는 지도를 따라 이 곳의 생수로 유명한 또 다른 마을인 바쿠리아니(Bakuriani) 마을을 지나 왔다. 보르조미보다 좀 더 관광 휴양지 답게 많은 사람들과 호텔 시설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바쿠리아니 마을을 벗어 나자 비포장 도로가 펼쳐 지며 난데 없이 산길로 진입하게 되었다. 조금 지나면 마을과 호수가 나오겠거니 생각하며 길을 따라 계속 나아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길은 자꾸 산 속을 향해 나 있었고 어느새 안개 자욱한 지점에 도달했다. 조금 뒤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건 안개가 아니라 구름이었던 것이다. 현재 위치를 검색하자 고도 약 2600m의 높은 산 속이었고 이 산을 넘어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는 이 곳이 오전에 잠시 다녀올 만한 곳이 아니었구나 하고 그제야 깨달았다. 어찌 되었든 다시 돌아가기엔 많이 올라 왔으니 일단 계속 가 보기로 하고 뿌연 구름 속을 헤쳐 가며 조심스럽게 이동 했다. 구름에 가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듯한 산에 핀 야생화들이 알록달록 아름답게 자태를 뽐내었고 그 뒤로 끼어 있는 하얀 구름은 마치 현실세계가 아닌 영화 속 한 장면인 듯이, 혹은 꿈을 꾸는 듯이 신비로웠다. 반면에 한발만 더 디디면 하얀 구름에 가려진 낭떠러지가 있다는 사실에 아찔하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에 살짝 겁이 나기도 했지만 조심스레 운전대를 잡아 가며 어느새 정상으로 보이는 곳까지 도달 했다. 뿌연 구름 속을 헤치며 경찰들이 우리 차를 막아섰다. 내려서 보니 이 곳에 웬 초소가 마련되어 있고 총을 멘 경찰들이 근엄하게 다가와 여권을 달라고 했다. 어디에서 왔냐는 경찰의 질문에 우리는 한국에서 왔고 타바츠쿠리 호수를 찾아 가고 있다고 설명 하자 그는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네었다. 약 10분 후 여권 조회를 마친 경찰들은 즐겁고 안전한 여행을 하라는 인사를 건네며 우리가 갈 길을 열어 주었다. 우리가 꼽은 가장 멋진 순간은 구름이 걷히며 서서히 드러나는 선명한 산의 모습과 펼쳐진 들판이다.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장관이었다.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에 빠져들어 있던 우리는 나중에 알았다. 구름이 걷힌 게 아니라 우리가 구름 속을 빠져 나온 거란 사실을 말이다. 차츰 내리막을 내려 오다가 우리가 지나왔던 산 정상을 바라보니 구름이 그대로 걸쳐 져 있었다. 구름을 빠져 나오자 맑고 푸른 산 중턱의 모습이 너무도 선명해 졌다.
산 중턱 너른 들판에는 가축을 기르는 유목민들의 모습도 보인다. 소, 양, 염소 뿐 아니라 칠면조와 나귀도 보인다. 호기심 많은 나귀들이 우리 주위로 모여 들자 주인은 녀석들을 훠이 쫓아 보내버렸다. 멋지고도 재미난 광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러 있다가 다시 호수를 향해 길을 나섰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멀리 푸른 호수가 보이기 시작하며 호수 주위로 마을도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그림같은 풍경에 다들 멈춰 서서 하염없이 감탄하기 시작했다.
멋진 호수와 마을의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마을로 진입 했다. 마을로 가까워 지자 더더욱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 졌고 우리는 마치 이 곳의 보물을 찾은 듯한 짜릿한 느낌까지 들기 시작 했다.
생각 보다 먼 길을 오랫동안 온 우리는 출출해 진 배를 부여 잡고 작은 카페나 베이커리라도 찾기 위해 마을 구석 구석을 둘러 보았다. 하지만 이 곳엔 카페나 베이커리는 커녕 수퍼마켓 조차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겨우 찾은 작은 수퍼마켓에서 물과 과자로 허기를 채우고 있으니 어디에선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신기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기도 했다. 마치 동양인들을 처음 보는 듯한 신비로워 하는 그들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눈이 마주치면 못본 척 하며 수줍어하기도 하는 때묻지 않은 눈빛이 너무도 선하다.
숙소로 돌아가면서도 그림 같았던 타바츠쿠리 호수와 마을을 다시 뒤돌아 보며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왔던 길을 생각하니 그리 쉽지는 않겠지… 다시 험난한 산길을 뚫고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5시경!!! 어느덧 하루가 다 지나갔다. 하지만 이곳을 다녀 온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때묻지 않은 나만 알고 싶은 이 곳 타바츠쿠리 마을이 관광화 개발 되지 않고 이대로 깨끗하고 순수하게 유지 되길 바라는 약간은 이기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지아 여행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순간들을 맛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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