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127편, 험블리 세계여행 - 비 오는 날의 글래스고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여행의 반 이상을 차지했던 스코틀랜드 지방에서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채지도 못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우리는 어느덧 스코틀랜드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 할 곳인 글래스고(Glasgow)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스코틀랜드에서 우리의 발자취를 그려 보니 우리가 여행한 곳은 그저 스코틀랜드의 약 1/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 전체 한달이 아닌 지역별로 한달씩을 계획하고 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못 가본 곳들을 남겨 두어야 다음에 왔을 때 또 다른 새로운 곳들을 헤쳐 나가는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스코틀랜드의 주도인 대도시 에든버러에서 시작된 스코틀랜드 여행은 대체로 거친 멋을 지닌 대자연과 소박한 작은 도시들이었지만 이번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여행지는 에든버러와 쌍벽을 이루는 도시인 글래스고(Glasgow)에서 마무리 하게 되었으니 기분이 묘하다.
글래스고(Glasgow)는 스코틀랜드의 상공업 중심지로 에든버러(Edinburgh)에서 서쪽으로 약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1시간이면 오는 거리를 우리는 북쪽을 둘러 여행하다가 약 2주가 걸려 도착했구나 하며 지나 왔던 곳을 다시금 기억해 본다.
글래스고에 도착 하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꽤나 많은 양의 비가 내리니 이 것을 핑계 삼아 숙소에서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 겸 하며 하루를 내리 쉬었다.
다음 날도 여전히 그치지 않는 매정한 비는 빗방울이 조금 약해졌다고 느껴졌을 때 즈음 시내로 나가 봐야겠다는 생각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숙소를 나섰다.
촉촉하게 비 내린 초겨울의 공원은 그 나름 산책 하기 너무도 좋아 보인다.
공원을 가로 질러 시내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더 피플즈 팰리스(The People’s Palace)라는 박물관과 분수의 조경은 이런 우중충한 날씨와도 잘 어울린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박물관들을 어릴 적부터 쉽게 접하는 유럽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릴 적 나는 왜 그렇게 박물관이라는 곳이 멀게만 느껴졌던 걸까 하는 생각에 잠기며 새삼 이 곳 아이들이 부러웠던 적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성인이 된 지금 여행을 하면서도 매번 박물관을 찾아 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공원을 빠져 나온 우리는 조금은 어두침침한 분위기의 도로를 걸어 구 시가지를 향해 걸어갔다.
조금 걸어 나가자 파란색의 시계가 인상적인 시계탑이 눈에 띄었고 이 곳에서부터 글래스고 구 시가지가 시작 된다.
시계탑을 지날 무렵 또 다시 빗방울이 떨어 지기 시작 했고 우리는 최대한 비를 피하기 위해 종종 걸음을 걸으며 잠시 비를 피했다가 이동하기도 했다.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 보니 비가 와서 당황한 건 우리 뿐인 마냥 다들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인다.
적당히 비를 맞아 가며 조금 더 걸어 가니 길게 뻗어 있는 쇼핑 거리가 보인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인 아가일 스트리트(Argyle Street)는 스코틀랜드의 경제와 상공업의 중심지라고도 할 수 있는 글래스고에서도 한국의 명동 같은 느낌의 곳이었다.
특히나 너무도 한적했던 비수기 스코틀랜드의 지방 소도시들을 다녀 온 터라 오랜만에 만나는 대도시의 거리가 순간 낯설면서도 반갑기도 하다.
비 내리는 거리에도 뮤지션들은 그들만이 가진 열정을 쏟아 내며 도시의 분위기를 한껏 멋스럽게 이끌어 주고 있었고 지나는 행인으로서 우리는 이런 분위기에 한껏 젖어 들어 거니는 한걸음이 마냥 즐겁기만 했다.
물론 내리는 비는 조금 귀찮고 성가시긴 하지만 말이다.
비도 피할 겸 해서 찾아 간 곳은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매킨토시(Mackintosh)의 라이트 하우스 라는 곳이다.
글래스고에는 매킨토시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매킨토시는 미국 애플 컴퓨터 아니야? 라며 서로 갸우뚱 했던 우리는 곧 우리의 무지함에 부끄러워해야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한글 컴퓨터 이름이 아닌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건축가의 이름으로 서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글래스고 출신인 찰스 레니 매킨토시(Charles Rennie Mackintosh)는 이탈리아 유학 후 글래스고 미술학교의 경기 설계에 당선 된 이후 근대 디자인운동의 선구자로서 근대 건축물과 가구 디자인 및 실내 장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19세기 말에 매킨토시가 글래스고 헤럴드 신문사의 사옥으로 설계하여 완공된 건물이 현재는 스코틀랜드 디자인과 건축 센터인 라이트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오픈해 여러 분야의 디자인과 건축 부분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매킨토시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한 곳이다.
입구부터가 감각적이고 독특한 라이트 하우스는 디자인이나 건축 등의 관련 분야를 전공하거나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정말 유익할 것 같은 그런 곳이다.
전시장 한 곳에 마련 된 각종 포스터들을 보고 있으니 세상엔 참 창의적인 사람들이 여러가지 생각을 가지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표현해 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미술이나 디자인 등의 예술 분야에는 잘 알지 못하는 나 이지만 꽤나 재미난 전시물들과 볼거리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한마디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가우디가 있다면 스코틀랜드에는 매킨토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이트 하우스를 나온 우리는 글래스고의 또 다른 번화가 거리인 뷰캐넌 스트리트(Buchanan Street)에 위치 한 더 윌로우 티 룸(The Willow Tea Room)이라는 곳을 찾았다.
이 곳은 매킨토시가 디자인 한 곳으로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하는데 하필이면 이 날은 비까지 오니 이미 먼저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매킨토시는 라이트 하우스에서 알게 되었으니 이 정도에서 만족 하기로 한다.
이틀째 계속 되는 비는 이미 나에게 있어 글래스고 라는 도시의 모습에 일부분이 되었다.
비가 참 잘 어울리는 글래스고에서 처음 만난 매킨토시 역시 신선하게 다가왔다.
얼마 남지 않은 스코틀랜드에서의 시간이 아쉬운 만큼 글래스고에서 잘 마무리 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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