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뉴스

★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128편, 험블리 세계여행 - 화려한 시즌의 바스(Bath)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약 2주간의 스코틀랜드에서의 시간을 마무리 한 우리는 다시 잉글랜드 지역으로 내려 왔다.

우리에게 시간이 조금 더 주어졌다면 북아일랜드와 웨일즈 지역에서도 머물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다음 번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아쉽긴 하지만 남은 시간을 더욱 알차고 즐겁게 보내리라 다짐하며 약 6시간을 그대로 달려 잉글랜드의 도시인 바스(Bath)로 향했다.

바스(Bath)? 온천수가 나오는 곳인가? 목욕탕이 유명해서 바스(Bath)인가?


생소한 이름에 더욱 궁금증이 커져 갔다.

영국의 남서쪽에 위치한 바스(Bath)는 이름 그대로 온천수가 대량으로 뿜어져 나와 1세기에 영국을 점령했던 로마인들에 의해 로마식의 온천탕과 사원이 세워졌고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영국 부유층들에게 요양 및 오락과 사교의 도시로 온천 뿐만 아니라 소비의 중심이 되면서 화려한 쇼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역시 목욕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bath가 이 도시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 맞구나!

바스(Bath)가 유명해지면서 18세기 당시 이 곳을 방문했던 많은 작가들의 소설에도 자주 언급 되기도 하는데 특히 소설 ‘오만과 편견’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이 살았던 곳으로 바스에서의 경험은 그녀의 훌륭한 작품들에 밑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화려한 도시의 이면으로 보여지는 소음과 무질서 등으로 18세기 말 부터는 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휴양도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점차 쇠퇴하게 되었지만 지금도 그 화려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명한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인근 도시인 스윈던(Swindon)에 짐을 풀고 온천의 도시 바스에 진입했다.

워낙에 관광지로 알려진 곳인데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인지 이 작은 도시는 사람 반 자동차 반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덕분에 엄청난 교통 체증과 주차난 까지 겪어야 했다.


꽉 막힌 도로를 겨우 비집고 들어 가 주차를 해 두고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추위를 달래 가며 바스의 길을 걷기 시작 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인 만큼 오래 되어 보이는 건물들과 영국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게들은 꽤나 매력적이다.

쇼윈도로 들여다 보이는 각종 부위의 생고기들은 살아 움직일 듯 한 신선함을 강조하며 굳이 간판조차 필요 없을 듯 이 곳이 정육점임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 가게들의 모습이 너무도 재미있어 그리 예쁠 것도 없는 생고기들을 바라보고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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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작은 골목길을 빠져 나오니 더 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 인파 속에 파묻혀 길을 걸어야 하겠구나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볼거리와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는 뒤에서 밀리고 옆에서 부딪히면서도 즐거운 관광지에서의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 인지 그 마저도 행복한 기운으로 뒤덮인 듯 그다지 짜증스럽지 않고 오히려 이정도의 인파가 없었다면 좀 심심하고 지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점이 있었다.

바로 바스가 유명세를 타게 된 유적지인 로만 바스(Roman Bath)이다.


로만 바스(Roman Bath)는 영국에서 지금도 로마의 목욕 시설이 잘 보존 되어 있는 유적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되어 있다.

그 명성에 걸맞게 16.5파운드(약 25,000원)라는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입장하려는 많은 사람들로 어마어마한 대기 줄이 이어져 있었다.

물론 이 도시에서 주요한 유적지이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입장료를 지불하고 저 긴 줄을 기다려 들어 갔다 나오기 보다는 그저 이 곳의 기능과 역사를 알고 주변을 둘러 보는데 더 큰 의미를 두기로 했다.

로만 배스 옆으로 커다란 트리와 잘 어우러져 있는 바스 수도원(Bath Abbey)이 오히려 더 큰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16세기에 성당으로 지어진 바스 수도원(Bath Abbey)은 종교개혁 당시 완공도 되기 전에 파괴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19세기에 이르러서야 교회 건물로 복구가 되었다고 한다.


로만 바스와 바스 수도원으로 이 광장은 특히나 많은 사람들로 가득해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였다.

수도원을 바라보며 옆쪽으로 빠져 나와 마침 잠시 쉬어갈 만한 노점을 찾았다.

차가운 날씨에 따뜻하게 몸을 데워 줄 뜨끈한 멀드 와인(Mulled Wine), 와인에 각종 향신료를 넣어 끓인 음료이다.

프랑스어로는 뱅쇼(Vin Chaud), 독일어로는 글뤼바인(Glühwein), 북유럽에서는 글뢰그(Glögg), 글록(Gløgg)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곳은 영국이니 Vin Chaud 나 Glühwein 보다는 영어인 Mulled Wine으로 많이 표기 되어 있다.

따끈한 와인 한잔으로 추위와 속을 달래며 수도원 뒤쪽으로 이동하니 크리스마스 마켓이 쭉 들어 서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는 더 많이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이다.

화려한 볼거리에 정신이 팔려 있던 중 수많은 인파 속에서 엄남편은 나를 끌어 당겨 에이번(River Avon) 강변을 향했다.

그제야 갑갑했던 시야가 트이며 조금의 여유를 찾았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는 바스는 단지 사람들로 북적대는 쇼핑의 도시가 아닌 아름다운 역사의 도시로 보여진다.

엄 남편은 나를 불러 에이번 강을 가로 지르는 고즈넉한 다리 하나를 가리키며 잘 보라고 한다.

저 다리가 바로 영화 레미제라블의 촬영지인 펄트니 다리(Pulteney Bridge)인데 이탈리아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를 따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도 보지 않았고 피렌체도 가 보진 않았지만 오히려 반대로 펄트니 다리를 먼저 봤으니 나중에 영화를 보거나 피렌체를 간다면 더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아직 오후 3시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해는 점점 저물어 가고 배는 계속 꼬르륵댄다.

다시 시내로 들어 가 길거리 음식이라도 먹어볼 겸 해서 마켓이 있는 거리로 향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볼거리와 먹을 거리가 가득한 거리의 푸드 코트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나니 어느덧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다.

해는 저물어 가지만 좀처럼 많은 인파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집이나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한 사람들로 버스 정류장은 이미 설 자리도 없어 보인다.

길게 늘어선 버스 타는 줄을 보고 있으니 길이 조금 막히고 주차가 힘들더라도 운전해서 오길 잘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목욕 이라는 단어가 탄생한 온천 도시 바스.

우리가 다녀 간 크리스마스 시즌의 바스는 수많은 사람들과 화려한 쇼핑 거리로 기억 되지만 바스 라는 이름 하나 만으로 그 역사가 오래동안 기억 되고 보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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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12월 24일 129편 연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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