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124편, 험블리 세계여행 - 스카이 섬의 도시들-카일리킨과 포트리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스코틀랜드의 이너헤브리디스 제도 최대의 섬이자 하이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곳이라는 아일 오브 스카이(Isle of Skye).
우리 스코틀랜드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스카이 섬의 초입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하라풀(Harrapool)에 짐을 풀고 근교 도시들을 여행 하기로 한다.
처음엔 다소 걱정 되었던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우리 하라풀(Harrapool)의 숙소는 예상 외로 너무도 아늑하고 따뜻했고 무엇보다도 창 밖으로 보이는 멋지고도 평화로운 스카이 섬의 풍경을 바라 보며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은 여행 중에 오는 피로를 해소하기에 이루 말 할 수 없이 좋았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맑았다 비 내렸다를 반복하며 우리의 발목을 잡았지만 이 핑계로 아늑한 숙소에서 여유를 부리며 즐기기로 했다.
비가 그치고 숙소 밖으로 나온 우리는 허허벌판 같기도 하지만 사실 곳곳에 집들을 볼 수 있고 공터엔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에 주변을 서성여 본다.
추운 지방이어서인지 매끈한 몸을 자랑하는 일반적인 말들과는 달리 풍성한 털이 복슬복슬 나 있는 조금만 몸에 특히 앞머리 같아 보이는 말갈기로 귀여움이 한층 더 돋보이는 말의 모습에 반한 우리는 주변을 서성이며 재미나게 바라보았다.
숙소 주변의 모습에 푹 빠져 있던 우리는 더 늦어 지기 전에 숙소 근처의 마을인 카일리킨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동차로 약 15분 정도면 도착하는 이 마을은 우리 숙소가 있는 하라풀과는 달리 잘 정돈된 읍내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이랜드의 육지와 아일 오브 스카이를 연결해주는 유일한 다리인 스카이브리지(Sky Bridge)를 건너면 나오는 마을이 바로 이 곳 카일리킨(Kyleakin) 이다.
11월 극 비수기의 스코틀랜드는 어디를 가든 참 조용하다.
가끔 마주치는 주민들은 다들 이 추운 겨울의 오지에 온 관광객인 우리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항구의 반대편으로 보이는 흔적만 남아있는 성에 눈길이 간다.
15세기경에 해협을 지키기 위해 지어 진 카이스틸 마올(Caisteal Maol) 이라 불리는 이 성은 이 해협이 아주 중요한 수로의 역할을 했음을 짐작케 한다.
멋진 성과 아름다운 바다, 그리고 한가로운 마을을 거닐며 이 곳에서의 시간을 마무리 한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오로라가 나타나길 기도했지만 매정하게도 하늘은 오로라를 좀처럼 보여 주지 않았다.
다음날 우리는 아일 오브 스카이의 주도이자 이 섬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포트리(Portree)로 향했다.
포트리로 향하는 길은 잔뜩 찌푸려 있는 하늘 아래 거친 상남자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스코틀랜드의 멋스러움울 만끽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아름답다거나 멋지다는 수식어가 식상해질 정도로 이제는 점차 익숙해져 가나 보다.
하지만 이 곳을 떠나게 된다면 너무도 그리워질 것 같으니 지겹도록 눈에 많이 담아 가고자 한다.
1 시간 남짓 달려 포트리(Portree)에 도착했다.
약 200년의 역사를 지닌 항구 도시인 포트리(Portree)는 게일어로 왕의 항구(King’s Port)라는 뜻을 가진 Port Righ 라고도 불리는데 1540년 왕이었던 제임스 5세의 방문으로 유래 되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왕이 방문하기 훨씬 전부터 포트리 라는 지명을 사용해 왔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제주도 크기와 비슷하지만 인구는 제주도의 약 1/60 밖에 되지 않는 스카이 섬에서 가장 큰 도시인 이 곳 포트리에 대부분의 인구가 모여 있다고 한다.
적은 인구에 비수기까지 겹치니 아무리 스카이 섬의 주도라고 하더라도 지나는 사람들 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조용하다.
회색 빛의 하늘 아래 멋스러운 건물들이 연출해 내는 신비로움은 마치 해리포터가 빗자루를 타고 어디선가 나타날 듯한 상상 마저 불러 일으킨다.
영국 어디를 가더라도 해리포터가 빠지지 않으니 이 판타지 소설 하나의 영향력이 어마어마 하다는 생각이 뜬금 없이 들기도 한다.
시내 곳곳에는 많은 숙박 시설들과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는데 관광객이 적은 비수기의 이 곳은 왜 이렇게 숙소 구하기 힘들었을까.
생각해보니 방이 다 차서가 아니라 오히려 운영을 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호텔들 마다 적혀 있는 ‘No Vacancies’ 의 의미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방이 가득 찼다는 의미와는 정반대로 운영하지 않기에 줄 방이 없다 라는 것이다.
레스토랑 역시 겨울에는 아예 영업 하지 않고 내년 봄이 되어야 다시 오픈 한다는 메시지를 붙여 둔 곳들이 많았다.
다들 이제야 비수기의 여행지를 제대로 겪고 있다는 생각에 재미나기도 허탈하기도 한 웃음을 짓는다.
변덕스런 하늘은 또 다시 파란 색을 띄며 개기 시작 했고 우리는 항구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곳만의 독특한 지형이 빚어 낸 포트리 항구에는 특이하게도 배가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지금 운항 하고 있는 거라 생각 했지만 전혀 미동도 없이 움직이지 않기에 자세히 보니 물 한가운데 정박 해 둔 것이었다.
뒤로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라세이(Raasay)섬이 지키고 있으니 자연이 빚어 낸 독특한 지형이 이루어 낸 잔잔한 항구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알록달록 예쁜 건물들은 포트리 항구의 모습에 정점을 찍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기의 시끌벅적한 항구에서 신선한 해산물과 시원한 맥주 한잔을 즐겨 보는 것도 꽤나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고요함이 감도는 항구는 오히려 항구 자체의 모습과 주변 경치들을 돋보이게 해 주어 오히려 또 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었다.
11월 비수기를 맞은 아일 오브 스카이의 도시들은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다소 쓸쓸하고도 텅 빈 듯 고요 하지만 오히려 북적대는 사람들 없이 여유롭게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거니는 즐거움이 크게 다가왔다.
여행에 있어 좋고 아름다운 시기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도 좋겠지만 가끔은 이런 비수기의 평화로움을 느껴보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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