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뉴스

★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101편, 험블리 세계 여행. 친구들과 함께하는 비엔나(빈) 여행 2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중부 유럽에서의 경제, 문화, 교통의 중심지인 비엔나.
합스부르크 왕가의 통치 아래 남겨진 많은 건축물들과 문화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오늘도 친구들과 함께 비엔나의 매력을 만끽하기 위해 구 시가지로 향했다.


언제나 처럼 많은 사람들로 활기 넘치는 게른트너 거리를 걸으며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향했다.
약 650년의 역사를 지닌 호프부르크 왕궁은 1220년경에 세워진 이래 여러 군주들이 새로운 건물들을 차례로 증축하면서 다양한 건축 양식의 집합체가 되었다.


왕궁의 정문에 해당하는 미하엘 문(Michaelertor)은 미하엘 광장 쪽으로 나있고 주변에는 프란츠 요제프 1세와 씨씨라 불리는 엘리자베트 황후가 머물던 아파트먼트, 궁정에서 사용된 은 식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건물로 이어져 있다.


왕궁 앞으로 펼쳐진 미하엘 광장에는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마차와 말들이 대기하고 있어 누구나 우아하게 왕궁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다만 말 주변의 구수한 냄새는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호프부르크 왕궁을 뒤로하고 비엔나에서 가장 멋진 성당인 성 슈테판 대성당으로 향했다.
약 10년 전 처음 방문했던 이 곳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파란 하늘 아래 서 있는 성당의 모습은 10년의 시간을 무시한 채 여전히 멋스럽다.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양식 건물인 슈테판 대성당은 그리스도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로 기록되어 있는 성인인 슈테판(Stephan)에서 딴 이름으로 구 시가지의 중심에 자리 잡아 비엔나의 상징으로 꼽히기도 한다.


뾰족한 고딕 양식의 멋진 성당의 모습은 합스부르크 왕가에 의해 완성 되었고 독일군에 의해 파손 된 것이 전쟁 후에 복구 되었다고 한다.
높고 거대하면서도 화려한 성당의 모습에 매료된 우리는 여러 방면으로 카메라 폭에 담아 내려 노력했지만 역시 실물에 받은 감동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슈테판 성당 내부에는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가 빛나고 있어 너무도 아름다웠다.
지하 유골 안치소에는 페스트로 죽은 사람의 유골 약 2,000구와 합스부르크 왕가 황제들의 유해 가운데 심장 등의 내장을 담은 항아리 및 백골이 쌓여 있다고 한다.


슈테판 성당을 뒤로 한 우리에게 생각난 것은 비엔나식 슈니첼인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 이었다.
슈니첼은 오스트리아의 대표 음식으로 얇게 슬라이스 한 송아지 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튀긴 커틀렛인데 마치 우리의 돈까스를 연상 시키는 음식이다.


다른 점 이라면 돼지고기가 아닌 송아지 고기를 사용하고 감칠맛 도는 돈까스 소스 대신 상큼한 레몬 즙을 뿌려 먹는 점이다.
물론 비너 슈니첼도 훌륭했지만 한국의 여느 분식집에서 파는 돈까스가 더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맛있는 점심식사 후 찾은 곳은 클림트와 에곤 쉴레 등의 화가들의 그림이 소장 되어 있기로 유명한 벨베데레 궁전이다.
벨베데레 궁전은 오스만 군으로부터 오스트리아를 지켜 낸 영웅인 오이겐 폰 사보이(Eugen von Savoyen)의 여름 궁전으로 쓰인 곳이라고 한다.


별궁인 하궁(Unteres Belvedere)과 연회장으로 사용 되었던 상궁(Oberes Belvedere)으로 이루어 져 있으며 상궁과 하궁 사이에 펼쳐져 있는 정원이 너무도 아름답다.
오이겐 공의 사망 후 이 곳을 매입한 합스부르크 왕가에 의해 미술품과 회화 작품들을 수집하고 보관해 현재 여러 미술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사실 벨베데르 궁전은 몇 년 전에 방문했던 곳이라 내부는 다시 들어가 보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에 친구들만 들여 보내고 나는 정원을 산책하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부리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가 된다.


두 번. 세 번째 방문일지라도 첫 방문과 또 다른 느낌이 있었을 텐데 그 점을 간과한 것이 나의 가장 큰 실수였던 것이다.
다음 번에는 이런 실수는 결코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벨베데르 궁전을 뒤로 하며 아쉬움을 달래 줄 곳으로 향했다.


바로 클림트와 그의 제자인 에곤 쉴레가 처음 만난 곳이면서 그들이 자주 찾은 곳이라는 카페 뮤지엄(Café Museum)이라는 카페이다.
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비엔나의 카페 문화 속에서 유명 화가들이 드나들던 공간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되었다.
우리에겐 비엔나 커피로 더 알려져 있는 아인슈페너(Einspanner)는 17세기 커피를 좋아하던 마부들이 마차를 모는 중에도 커피를 쏟지 않고 마시기 위해 커피에 크림을 얹어 마셨다는 데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간혹 아인슈페너를 비엔나 커피라고 표기해 둔 곳도 있긴 하지만 비엔나 커피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달콤한 크림 속 쌉싸름한 커피의 오묘한 조화와 함께 달콤한 케잌을 즐기며 친구들과 함께 즐거웠던 하루와 아쉬웠던 점들을 공유 했다.
여행은 아무리 오래, 여러 곳을 하더라도 항상 익숙함 속에서도 처음인 듯한 설렘과 서투름이 공존 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으며 이 모든 설렘과 서투름, 그리고 즐거움, 아쉬움을 함께 나눈 친구들과 함께한 비엔나에서의 하루를 마무리 한다.

 

 

 

 

(9월 17일 102편 연재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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