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99편, 험블리 세계 여행. 걸어서 슬로바키아 다녀오기-에스테르곰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에서 북쪽으로 약 48km 거리에 위치한 도시인 에스테르곰(Esztergom)은 헝가리의 옛 수도이며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다.
헝가리의 옛 모습을 간직한 도시도 가 볼 겸 이 곳에서 도보로 슬로바키아를 다녀올 수 있기에 부다페스트에서 버스를 타고 에스테르곰으로 이동했다.
에스테르곰으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마침 대기중이던 버스에 바로 탑승했다.
에스테르곰(Esztergom)은 슬라브족이 정착한 후 기원전 350년경 켈트족의 이주와 로마제국과 훈족의 점령기를 거쳐 헝가리인들이 이주해 정착을 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번성하기 시작한 곳으로 헝가리 초대 왕인 성 이슈트반(St. Stephan) 1세가 대관식을 치르며 헝가리 가톨릭 종교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에스테르곰은 작고 소박해 보이는 모습과 함께 가톨릭 중심지의 고요함도 간직하고 있는듯하다.
작은 마을을 구경하며 걷다가 헝가리에서 가장 크고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에스테르곰 대성당으로 향했다.
에스테르곰 대성당(Basilica of Esztergom)은 1001년 헝가리 초대 왕인 이슈반트 1세 때 지어진 이후 화재와 몽골, 오스만의 침공 등으로 훼손 되었다가 19세기 초반이 되어서야 재건되어 가톨릭의 중심이 되는 성당으로 다시금 자리매김 되었다고 한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을 모델로 삼아 지어진 성당의 내부는 화려한 대리석과 그림들로 꾸며져 있다.
특히 중앙 재단 뒤편으로 이탈리아 화가 그레골레티(Gregoletti) 의 세계 최대의 단일 화폭 작품으로 유명하다는 성모마리아의 승천 이라는 작품이 눈에 띈다.
사실 그림은 잘 모르는 나 이지만 큰 화폭에 웅장하고 거룩한 느낌의 성모마리아 그림에 한동안 매료되었다.
뒤로 돌아 보면 헝가리에서 가장 크다는 파이프 오르간이 눈에 딱 들어온다.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의 저 파이프 오르간에서 나올 음악 소리를 상상해 보며 성당의 모습을 다시 한번 둘러 보았다.
성당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그림 같이 아름다운 도나우 강과 도시의 풍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도나우 강의 끝자락에 위치한 에스테르곰은 슬로바키아와 다리 하나로 연결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행을 다니며 수많은 국경을 건너 봤지만 중간에 검문소 같은 것도 없이 마치 옆 동네를 가듯이 쉽게 이웃 나라를 오갈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이곳까지 온 김에 저 다리를 건너 슬로바키아 땅을 잠깐이라도 밟고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슬로바키아로 이어지는 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이 다리의 이름은 마리아 발레리아 다리(Maria Valeria Bridge)로 17세기 오스트리아의 여 대공인 마리 발레리(Archduchess Marie Valerie of Austria) 에게서 따왔다. 1895년에 완공된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두차례 폭파 되었고 사회주의 체제였던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방치 되었다가 세기가 바뀐 2001년에 다시 재건되어 현재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이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리로 진입하니 뒤로 보이는 에스테르곰 대성당과 도나우 강의 모습이 어우러져 또 다른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다리의 중간에 도달하니 이 곳부터 슬로바키아임을 나타내는 슬로바키아 국기와 표지판이 나왔다.
아무런 경계도 없이 표지판 하나로 다른 나라로 건넜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다리를 건너자 스투로보(Sturovo)라는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깨끗하면서도 작고 한적한 마을의 모습은 에스테르곰과 특별히 다를 건 없지만 가게 간판에 쓰인 화폐 단위는 헝가리와는 달리 유로이다.
다행히 유로 화폐도 가지고 있었던 우리는 이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고 적당한 식당을 찾아 다녔다.
어쩐 일인지 영업을 하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조용하고 이미 영업을 마친 듯 보이는 가게들도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괜찮은 식당을 발견 해 들어가보니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 익숙치 않은 듯 살짝 당황한 직원들이 수줍어하며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고 고소한 피자 굽는 냄새에 매료 된 우리는 피자와 맥주를 주문했다.
오전에 헝가리 숙소에서 나와 슬로바키아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헝가리 숙소로 향하는 이 짧은 구간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단지 인근 지역이 국가라는 경계로 나뉘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왔다는 느낌 때문일까…
같은 문화권의 인접한 지역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다를 바는 없겠지만 분단국가에서 살아 온 나로서는 이 경험이 정말 재미있었다.
특별한 점심식사를 마친 후 다시 마리아 발레리아 다리를 건너 헝가리로 향했다.
다리의 한중간에는 이 곳부터는 헝가리라는 표지판이 이목을 끈다.
다시 건너 온 헝가리의 에스테르곰에서 부다페스트로 돌아 갈 버스를 기다리며 광장 주변을 산책했다.
관광객들로 가득한 부다페스트와는 달리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있는 예쁜 건물들과 카페들은 관광지의 느낌 보다는 이 곳의 일상을 보여주는 듯 평화롭다.
헝가리의 오랜 역사를 지닌 옛 수도 에스테르곰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마무리 하며 마리아 발레리아 다리 덕분에 우리 여행 중 방문 국가의 이름에 슬로바키아도 조심스레 추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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