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88편, 험블리 세계 여행 -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2)
아테네움 옆의 광장에선 마침 열리고 있는 뮤직 페스티벌 기간 중의 한 음악회를 준비중인 모습이다. 루마니아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알게 해 주었다.
아테네움과 음악회 장을 구경하고 있으니 어느새 투어 진행자와 참가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 했고 곧 서로 인사를 나눈 후 투어가 시작 되었다.
아테네움을 걸어 나가니 루마니아 국립 미술관이 나오는데 이 곳은 1965년부터 20년 이상 루마니아를 독재 통치 했던 차우셰스쿠 (Nicolae Ceausescu)의 관저로 사용 되었다가 현재는 유명 화가들의 많은 미술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는 루마니아 최대의 미술관이라고 한다.
그 맞은 편으로 19세기 루마니아를 독립 시키고 발칸의 군사 강국으로 이끈 초대 국왕인 카를 1세의 기마상이 서 있다. 독재자의 흔적과 루마니아 번영기를 이끈 동상의 만남이라니, 아이러니 하면서도 재미있다.
조금 더 걸어 나가면 나오는 혁명 광장에는 독재에 맞서 싸워야 했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나타난다. 이 곳에서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퇴진과 공산주의 반대를 외치는 군중들을 향해 경찰 및 군대가 발포했고 이 계기로 혁명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해 결국 차우셰스쿠는 도망 중 붙잡혀 총살 당했다고 한다.
특히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뾰족한 삼각형의 조형물에 뭔가가 꽂혀 있는 듯 보이는 죽은 자를 위한 위령탑은 12월 혁명 당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혁명 기념비이다.
몇몇은 흰 꼬챙이에 꽂혀 있는 감자라며 우스갯소리로 한다지만 이 역사의 내용을 듣고 보니 심장과 같은 장엄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곳곳의 공산당 시절을 연상케 하는 주 정부 사무소와 2차 세계 대전 당시 총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암울함이 느껴지는 건물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지켜 낸 소중한 문화와 건물들을 소개하며 투어를 이어 나갔다. 지독했던 독재의 아픈 시절을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투에는 여전히 그에 대한 증오가 느껴지는 듯 거침이 없었고 그로 인해 설명을 듣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당시의 상황이 어느 정도 그려지기도 한다. 그 어떤 나라가 아픈 역사가 없겠냐 만은 불과 30 여년 전의 아픔이 아직 채 아물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도 아직 이렇게 아픈데 말이다.
치열하게 지켜 낸 결과물들은 더욱 아름답고 고귀하게 느껴진다. 멋진 분수가 시원하게 솟아 오르는 곳에 군사 박물관이 있다. 이 곳에는 민주 혁명 당시 자유를 위해 희생 된 사람들의 유품과 사진, 군대의 역할 등을 보여 주는 자료들도 전시 되어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당시 공사중이어서 제대로 구경할 수는 없었으나 이 곳에서 다같이 잠시 쉬어 가며 기념 촬영도 잊지 않았다.
발걸음을 옮겨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인민 궁전을 향해 걸어 갔다. 가는 길의 공원에 놓인 유료 체중계가 흥미로워 가이드는 그룹 중 한 명을 지목 해 체중계에 올라 볼 것을 권했다. 물론 나를 비롯 한 여성 참가자들은 체중계에 오르는 것을 강력히 거부 했고 결국 한 아저씨가 자발적으로 올랐다. 도대체 왜 이런 체험까지 해야 하는지, 피하고 싶은 일정 중 하나이다.
예쁜 공원을 가로 질러 걸어 가다 보니 멋지게 서 있는 인민 궁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민 궁전(Casa Poporului)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행정용 건물로 당시 북한을 방문했던 차우셰스쿠가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감명을 받아 평양의 김일성 주석궁을 보고 만든 건물이라고 한다. 루마니아 경제가 파탄에 이를 만큼의 엄청난 자원으로 지어 진 건물이지만 그는 이 건물의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처형 되었고 처형 된 독재자의 흔적이긴 하지만 파괴하지 않고 현재는 의회 건물로 사용되고 있으며 부쿠레슈티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자리 잡았다.
그토록 악명 높고 지독했던 독재 통치자가 남긴 것이 이 멋진 건물인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 이렇게 냉소적으로 신랄하게 부쿠레슈티를 보여 주며 설명해 준 가이드와 인사를 하고 투어를 마쳤다. 아름다운 모습만을 강조 했을 법도 한데 이 투어 덕분에 잘 알지 못했던 이들의 역사와 아픔까지 느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어느덧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부쿠레슈티는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낮에 지나 왔던 아테네움 주변은 음악 소리로 가득했고 공연이 한창이었다. 잠시 공연장에 들어 가 멋진 음악을 감상해 보았다.
낯설고도 신기했던 첫 느낌과 투어를 통해 알게 된 역사와 흔적들, 그리고 루마니아 사람들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애정을 모두 오늘 하루에 담을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출처 : 영남연합신문. 뉴스(http://www.ynyonha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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