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뉴스=허정연 기자)
★매주 월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152편, 험블리 세계여행 - 모로코에서 만난 예쁜 한인 게스트하우스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못 견딜 정도로 목이 말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슈퍼마켓으로 가서 얼음물 한 통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꿈을 꾸며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나 실제로도 타는 듯한 갈증으로 인해 잠자고 있는 엄 남편을 깨워 숙소 근처의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물 2통과 요거트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모로코를 함께 여행 할 동행인 일명 ‘유랑 부부’ 와의 유쾌한 만남 후의 숙취를 이렇게 맞이했다.
술을 좋아하는 우리 두 부부의 만남이 정말 반갑고 재미있으면서도 가끔 이런 숙취를 감당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들과 함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오늘은 탕헤르(Tangier)에서 약 120km 거리의 쉐프샤우엔(Chefchauen)으로 향했다.
쉐프샤우엔(Chefchauen)으로 가는 시외 버스인 CTM 버스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타고 CTM 전용 터미널로 향했다.
모로코 택시는 특이하게도 작은 크기의 택시인 쁘띠 택시(Petit Taxi) 와 큰 택시인 그랑 택시(Grand Taxi)가 있는데 쁘띠 택시는 운전자 외 3명 이상의 승객이 탈 수 없고 대신 그랑 택시의 경우 4명~6명 까지도 탑승 할 수 있다.
일반 로컬 버스 터미널은 시내와 가깝지만 CTM 버스 타는 곳은 걸어가기엔 좀 먼 거리라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기에 총 4명인 우리 일행은 그랑 택시(Grand Taxi)를 불러 타고 가야 했다.
하지만 택시를 타니 허무하게도 약 5분 정도 걸리는 꽤나 가까운 거리였다.
쉐프샤우엔으로 향하는 버스 티켓 요금은 1인 45디르함에 가방은 추가로 개당 5디르함으로 총 50디르함(약 6,000원)이었고 당일 터미널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었다.
짐을 바로 버스 짐칸에 싣고 타는 일반 버스와는 달리 마치 공항에서 수화물을 맡기 듯이 짐칸 티켓을 내밀고 짐을 건네면 직원들이 알아서 우리가 탈 버스로 짐을 실어 준다.
짐이 섞이지 않게 본인의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스티커도 부착시켜 주니 요금을 지불 할 만한 꽤나 만족스러운 서비스이다.
탕헤르를 출발한 버스는 테투안 이라는 도시에서 잠시 대기하는가 싶더니 옆에 선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갈아탄 버스에는 더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도로가 잘 닦여 있지 않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는 버스는 가는 내내 덜컹거렸다.
이때 전날 숙취로 고생하던 엄 남편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 듯 얼굴을 찡그리며 튼튼한 비닐봉지를 덥석 집어 들고는 우리 좌석 앞의 버스 출구 계단에 앉아 속을 비워 내고야 말았다.
나 역시 속이 좋지 않았지만 숙취에 힘겨워하는 엄 남편이 안쓰럽기 그지 없다.
불편했던 도로 상태와 쓰린 속을 견뎌 가며 어느덧 쉐프샤우엔에 도착했다.
이곳의 숙소로 엄 남편이 찾아낸 한인 민박에 숙소를 정한 우리는 샤우엔 시내와 조금 떨어져 있는 숙소로 가기 위해 그랑 택시를 타야 했다.
버스터미널에서부터 오르막길을 올라 찾은 그랑 택시 정류장.
숙소가 있는 악쇼르(Akchour)까지 4인 요금 120디르함(약 15,000원)이라는 생각보다 비싼 요금에도 이미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얼른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택시를 타고 숙소로 출발했다.
쉐프샤우엔 시내에서 약 23km 정도 떨어진 생각보다 꽤나 먼 악쇼르(Akchour)마을에 위치한 나우시카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경이었다.
시내와 너무 먼 곳에 숙소를 잡았나 생각하기도 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이곳은 이틀만 머물다 가기엔 너무도 아쉬운 곳임을 알게 되었다.
악쇼르라는 이 지역은 아름다운 산악으로 둘러 싸인 곳으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의 멋진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이곳은 보통 여행자들이 천천히 머물며 트래킹과 멋진 풍경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지 택시 기사에게 더 익숙한 곳인 '카페 루에다(cafe rueda)'를 목적지로 알려 주면 그곳에서 내려 뒤쪽 호텔 위로 나우시카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해 있다.
한국인 보다 오히려 유럽인들이 더 많이 방문해 오랜만에 오는 한국인 손님이 너무도 반갑다며 사장님 내외분은 우리를 따뜻하게 환대해 주셨다.
알고 보니 사장님 내외분은 한국에서 꽤나 유명했던 맛 집을 운영했던 분들이셨고 아들 내외의 설득 끝에 함께 모로코로 오셔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장님의 훌륭한 음식 솜씨에 감탄하며 카톡으로 미리 주문해 놓은 저녁식사를 금새 해치웠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술을 구하기 너무도 어려운 곳이라 소주는 커녕 맥주조차 곁들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약주를 좋아하는 사장님 내외분과는 반대로 아드님 내외분은 무슬림으로 술을 전혀 접하지 않는다고 하니 술을 구하기 힘든 쉐프샤우엔에서 더욱더 큰 난관인 셈이다.
이 참에 며칠은 잠시 술을 줄이며 건강하게 지내보자 하며 서로를 다독인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우리는 알록달록 너무도 예쁘게 꾸며진 이곳을 구경해 보았다.
이 집의 아들 내외가 직접 만들고 칠한 아기자기하고 예쁜 인테리어에 감탄했다.
식사 후 민트 티를 마시며 유랑 부부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술 하잔 보다 차 한 잔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더 값지게 만들어 주는 듯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사장님이 라반(laban)이라는 플레인 요거트 같은 음료와 달콤한 야자 대추를 대접해 주셨다.
무슬림 사람들이 라마단 기간 동안 금식 후 비어있는 속을 달래기 위해 먹는 다과라고 한다.
나와 동행 부부의 아내는 어느 정도 잘 적응하며 먹지만 남편들은 새로운 음식에 눈길도 주지를 않으니 이런 면에서도 서로 잘 맞는구나 생각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따뜻한 차와 다과로 이야기 꽃이 무르익어 가고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어간다.
길었던 하루를 이만 정리하고 아쉽지만 다음날을 위해 잠자리로 들어갔다.
1월 중순의 쌀쌀한 공기에 코는 차가워져도 이불 속에 쏙 들어가 따뜻하고 포근한 잠을 청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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