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뉴스

(영남연합뉴스=허정연 기자) 
★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145편, 험블리 세계여행 - 그라나다에 반하다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겨울 속의 여름을 느꼈던 네르하의 아침은 제법 쌀쌀하면서도 고요했다.
색다른 휴양지였던 네르하를 뒤로 하고 우리는 다음 여행지인 그라나다(Granada)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인터넷으로 버스 예약이 되지 않아 작은 버스 정류장에 있는 매표소에서 그라나다행 버스 티켓을 구매했다.
작은 버스 터미널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정겨움이 느껴진다.

 


정시에 도착 한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며칠 동안 따스하고도 아름다웠던 남쪽의 바다를 즐겼던 우리는 이제 스페인 남부의 산악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스페인어로 ‘눈 덮인 산맥’ 이라는 의미를 지닌 험준한 산악지역인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산맥의 북쪽에 위치한 그라나다는 11세기경 이슬람 세력이었던 무어인(Moors)들에 의해 왕국이 형성 되었다가 기독교 왕국에 의해 가장 마지막으로 무너졌던 그라나다 왕국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이슬람 왕조의 왕궁이자 요새였던 알함브라(Alhambra)궁전은 그라나다 하면 떠오를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유적지이다.

 


산으로 둘러 싸인 산악 지역이라 해서 추울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날씨는 온화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예약해 둔 숙소를 향해 걸었다.
세련되고 멋진 공간의 숙소에 만족하며 짐을 풀고 출출함을 달래 줄 맛있는 점심 식사부터 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숙소 근처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에서 그라나다만이 지닌 최고의 매력을 발견했다.
바로 맥주나 와인 등의 음료를 주문 하면 스페인의 한입 안주거리인 타파스(tapas)가 따라 나온다는 것이다.

 


어떤 타파스가 나올까 기대 하며 우리는 와인을 한잔씩을 주문 했고 이내 나온 타파스는 토마토 소스에 버무린 닭고기 요리였다. 식사 전 에피타이저로 그만이었다.
곧이어 주문한 먹물 빠에야는 먹어 본 먹물 요리 중 가장 진한 색과 걸쭉함을 자랑했고 그런 만큼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대신 먹는 동안 입가와 치아에 묻어 나는 검은 먹물 소스는 어느 정도 감수 해야 했다. 입 주변이 거뭇거뭇 해 진 서로의 모습을 바라 보며 우리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즐거운 식사를 마친 후 거리를 걸으며 그라나다의 모습을 눈에 담아 냈다.

 

반질대는 오래 된 바닥이 펼쳐 진 광장으로 소박한 듯 멋진 존재감을 지닌 지방 법원을 비롯해 성당 및 오래 된 건물들과 어디에선가 부터 이어져 나온 작은 개울을 따라 뻗어 있는 거리는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다.
예쁜 거리의 곳곳에는 지금은 부서져 있는 오래 된 유적지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그 언덕 위로 알함브라 궁전의 일부도 보였다.

 

맞은 편 골목을 따라 올라 가면 궁전의 전체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하니 얼른 그 곳으로 오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우리가 거닐던 곳에서 몇 발자국 나아가자 서서히 드러나는 궁전의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궁전의 모습에 감동한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해 전망대를 오르기 시작했다.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 길에 숨이 차 오르기도 하지만 예쁜 골목길은 언제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어느새 전망대에 다 오른 우리는 그라나다 궁전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전망 좋은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한동안 머물렀다. 궁전 뒤로 펼쳐 진 눈 덮힌 시에라 네바다 산맥으로 감동은 두 배가 되었다.

 

카페 뒤쪽 높은 언덕 위의 난간 위로 알함브라 궁전과 그라나다의 모습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을 따라 우리도 난간에 걸터 앉아 멋진 풍경을 바라보았다.
눈앞으로 펼쳐 진 아름다운 그라나다의 모습은 쌀쌀해진 바람과 추위도 견뎌 낼 수 있을 정도이다

 

이 곳에서 일몰까지 기다려 보고 싶었지만 끝내 코끝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언덕을 내려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의 이사벨 라 카톨리카 광장(Plaza de Isabel la Catolica) 앞의 도로가에 무슨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기다리는 듯 모여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웅성대며 모여드는 모습에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옆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바로 오늘이 스페인의 새해 축제인 동방박사의 날, 즉 주현절(Three King’s Day) 이었던 것이다.
주현절(Three King’s Day)은 아기 예수가 태어나고 12일 후 동방박사 세 명이 황금, 유황 그리고 물약을 들고 아기예수를 찾아가 경배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특히 스페인 아이들에게 있어 크리스마스보다 더 기다리는 날이라고 한다.
주현절을 맞이하여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채웠고 우리 역시 이 순간을 놓칠 세라 까치발을 들고 퍼레이드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6시쯤 어둑해진 거리는 밝은 불빛들로 채워졌고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퍼레이드가 시작 되었다.
퍼레이드 카 위로 화려하게 분장한 사람들과 아이들은 모여 든 사람들을 향해 각종 선물들과 사탕 및 초콜릿들을 던졌고 사람들은 그걸 받기 위해 뛰어 오르거나 천이나 가방을 펼쳐 들기도 했다.

 

눈 앞에 펼쳐 진 화려한 퍼레이드와 공연에 어린 아이가 된 것 처럼 신이 나 날아드는 사탕을 따라 뛰어 오르기도 하고 행진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도 하며 이 곳에서 만큼은 누구 할 것 없이 모두들 즐거운 축제의 장을 천진난만하게 즐길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 두 손에도 어느새 사탕과 선물들이 한가득 쥐어 져 있었다.
이슬람 문화의 흔적이 스페인의 문화와 잘 어우러져 독특한 색을 지닌 도시 그라나다.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과 우연히 맞이한 축제로 온종일 이 곳만의 매력에 푹 빠져 들어 있었던 하루였다.
우리는 이미 그라나다에 반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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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14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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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146편 연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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