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뉴스=허정연 기자)
★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144편, 험블리 세계여행 - 유럽의 발코니 네르하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꽤나 높은 협곡 지대에 위치했던 론다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이제 스페인 남부의 아름다운 지중해 해안가로의 여행을 이어 나갔다.
그 중심에는 항구 도시 말라가(Malaga)가 위치해 있다.
다음 여행지로 말라가에서 머물 계획이었던 우리는 갑자기 변덕스러운 마음이 생겼는지 출발 바로 전날 말라가 대신 네르하(Nerja)로의 여정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단지 론다에 이어 작은 소도시 여행에 매력을 느꼈기에 예전에는 잘 몰랐던 소도시인 네르하에 관심이 생겼고 더욱이 ‘유럽의 발코니’라는 예쁜 수식어에 더욱 끌리기도 했다.
네르하(Nerja)는 우리의 출발지인 론다로부터 약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이 곳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주도인 말라가(Malaga)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이렇게라도 말라가는 잠시 스쳐 지나가게 되니 아쉬움이 그나마 덜한 듯 하다.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바다는 말라가에 도착했음을 알게 해주었다.
높은 지대에 위치해 다소 쌀쌀했던 론다에 비해 따뜻한 지중해를 끼고 있어 비교적 따뜻한 말라
가는 구름 한점 없이 화창하고 따스한 햇살에 두꺼운 외투를 잠시 벗을 수 있게 해주었다.
말라가 버스 터미널에서 잠시 대기하며 간단히 식사까지 마친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을 더 달려 네르하에 도착했다.
말라가에서처럼 넓은 버스 터미널이 아닌 네르하 길가의 작고 소박한 버스 정류장에 하차 한 후 따스한 햇볕을 쬐며 숙소로 이동했다.
1월의 한겨울이지만 크게 춥지 않고 강렬한 태양이 내리 쬐는 네르하에는 대부분 집집마다 크고 작은 수영장이 있고 물놀이를 하지는 않지만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햇살이 따뜻하기는 하지만 맨 살을 노출 시키기엔 이 곳의 공기와 바람은 그래도 차가운 1월 한겨울이니 난 감히 엄두도 못 낼 것 같은데 말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적당히 한 숨을 돌린 우리는 숙소 밖을 나섰다.
언덕 위에 위치한 네르하의 시내에서 조금 걸어 가다보니 아래로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가의 모습이 펼쳐졌다.
눈 앞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바다와 예쁜 마을의 모습에 심취해 계속해서 우와 탄성을 지르며 내리막 길을 걷는 발걸음이 너무도 가볍다.
그러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이 순간을 즐기기로 한다.
1월의 네르하는 비수기로 대부분의 샵들은 문을 닫은 상태이지만 날이 좋아서인지 이 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반바지와 수영복 차림으로 해변을 즐기고 있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두꺼운 옷을 갖춰 입은 우리가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도 그늘 쪽은 꽤나 쌀쌀한데 해변의 백사장을 바라보면 완전히 여름의 풍경이다.
한겨울 비수기 해변가의 모습이 이정도인데 한여름 성수기의 이 곳은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칠지 상상이 된다.
즐겁게 걷고 있는 나를 잡아 이끌며 엄 남편은 또 다시 다른 오르막 길로 향했다.
굳이 또 힘들게 올라가야 하냐며 툴툴거렸지만 이내 나의 투정은 사그라 들 수 밖에 없었다.
멋진 테라스 같은 작은 공원 아래로 펼쳐 진 바다의 모습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고 이 순간 느껴지는 황홀한 기분에 남편에게 툴툴거렸던 것이 미안해진다.
작은 골목길 마저도 사랑스러운 이 곳을 걸으며 잠시 앉을 곳을 찾던 중 저렴한 피자 가격에 발길을 멈추었다.
가격은 저렴해도 훌륭한 맛과 분위기에 기분은 더욱 더 날아갈 듯하다.
입 맛 마저 즐거워 진 우리는 조금 더 걸어 나와 네르하의 수식어가 된 곳인 유럽의 발코니(Balcon de Europa)로 향했다.
유명한 곳인 만큼 넓은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기자기한 작은 화분으로 장식 된 새하얀 색의 아치 사이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과 바다의 모습에 이끌려 달려 가 보았다.
깎아지는 절벽 아래로 펼쳐진 해변과 절벽 위에 서 있는 집들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있다.
난간을 짚은 채 눈 앞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이 곳이 바로 유럽의 발코니구나!
테라스의 한쪽에는 이 이름의 주인공인 레이 알폰소 국왕의 동상이 서 있다.
1885년 이 곳의 풍경에 첫 눈에 반한 당시 스페인의 국왕이었던 레이 알폰소 12세(El Rey Alfonso XII)가 지중해의 아름다운 끝을 향해 툭 튀어 나온 이 절벽의 끝부분이 마치 발코니 같다고 하여 이 곳의 이름을 Balcon de Europa, 즉 유럽의 발코니라고 지었다고 하니 그 이름 한번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의 발코니에서 한참동안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하늘이 어둑해 져 온다.
유럽의 발코니를 즐기는 또 다른 시간, 바로 일몰이다.
서서히 해가 서쪽으로 향해 넘어가기 시작하자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여들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든 일몰의 순간은 아름답기만 하다.
어두워 오는 하늘 아래에 곳곳에 켜지는 아름다운 불빛들은 일몰의 순간을 더욱 아름답게 비춰주고 있었다.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의 황홀함에 빠져 드는 시간이다.
일몰 순간의 태양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지만 마지막까지 검붉은 빛을 내며 내일을 기약했다.
그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곳 네르하.
유럽의 발코니에서 아름다웠던 하루를 되새기며 다음 여정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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