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유럽 남쪽에 위치 한 이베리아 반도에서도 끝자락에 위치한 포르투갈은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로망이 있었던 곳인데 한 달을 보내리라는 생각에 즐거움과 설레는 마음이 앞서 나갔다.
게다가 한겨울인 12월~1월은 우기임에도 강수량이 그리 많지 않고 평균 기온이 10도~15도를 웃돌 정도로 온화하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지 않을 수 없었다.
파리의 오를리 공항을 떠나 약 두 시간의 비행 후 어느새 어둑해 진 창 밖으로 포르투갈의 야경이 내려다 보였다.
이 곳이 이베리아 반도의 끝자락이며 왼쪽으로 펼쳐진 바다는 대서양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머리 속으로 지도를 그려 보기도 했다.

드디어 도착한 리스본.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공항의 소박함이 정겹다는 생각이 들 때쯤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이 흘러 나온다.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기에 따뜻하고도 즐거운 분위기에서 들리는 경쾌한 노래 소리가 마치 리스본에 첫 발을 딛은 우리를 환영해 주는 듯 느껴졌고 덩달아 우리도 흥에 겨워 한동안 공항에 머물러 있게 되었다.
시작부터 기분 좋은 리스본의 첫인상으로 앞으로 이 곳에서의 한달 살기가 더욱 기대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숙소이다.
하루 이틀 정도야 에어비앤비나 게스트하우스 등을 이용하는게 자연스럽지만 한 달 동안 머물 곳을 찾으려 하니 에어비앤비의 경우 수수료나 부가세 등이 다소 부담스럽고 로컬 부동산에서 알아보려 해도 일단은 그 동안 머물 곳과 정보들이 필요하기에 이틀에서 사흘 정도 한인 민박에서 머물며 발품을 팔아 볼 필요가 있었다.
사실 한인 민박은 우리 예산에서 조금 비싼 요금이지만 아무래도 이 곳에서 필요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고 한식 아침식사를 즐길 수도 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하기로 한다.
저녁에 도착한 우리를 위해 민박집 사장님은 일단 부근에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만한 곳들과 리스본의 밤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상세히 알려 주며 첫 날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정보들을 제공해 주었고 우리의 고민거리인 숙소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 주기도 했다.
일단 오늘은 첫 날이고 배도 꼬르륵대니 고민은 잠시 뒤로 하고 그저 리스본의 밤을 즐겨 보기로 했다.
차가웠던 파리의 공기와는 코 끝도 전혀 시리지 않고 그저 온화한 기온의 리스본 밤 거리.
소박한 듯 분위기 넘치는 골목에 작은 가게들과 바, 카페, 레스토랑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 소리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 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걷는 것 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느낌 있는 골목들을 지나 조금 걸어 가니 탁 트인 광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의 광장과 거리에는 아름다운 불빛들 중에서도 포르투갈의 시인인 루이스 카몽이스(Luis de Camoes)의 동상 앞으로 빛나고 있는 Lisboa(포르투갈어로는 리스보아, 리스본(Lisbon)은 영어식 표기) 라고 적힌 지점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즐거운 거리를 걸으며 잠시 잊고 있었던 배꼽 시계가 다시 한번 꼬르륵거리자 민박집 사장님이 적극 추천해 준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곳에 180년 전통의 오래 된 바가 있는데 문어 샐러드와 대구 고로케를 비롯한 신선한 해산물과 특히 흑맥주가 기가 막힐 정도로 맛있다고 한다.
그 명성에 맞게 가게에 들어서자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심지어는 대기 중인 사람들도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우리 역시 그 뒤로 재빨리 줄을 섰다.
실내는 포르투갈 특유의 타일 장식인 아줄레주(Azulejo)로 멋지게 장식 되어 있었고 밝고도 화려함 속에서 고풍스러움 까지 느껴졌다.
어서 대기 줄이 줄어들기를 바라며 기다린 끝에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해산물 플래터와 흑맥주로 리스본의 첫 날을 기념하며 분위기를 한껏 즐겼다.
너무도 만족스러웠던 이 곳은 아마 우리가 있는 한 달 동안 꽤나 자주 오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거리와 춥지 않은 날씨,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과 흥겨운 분위기에 단 몇 시간에 리스본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앞으로 이 곳에서의 시간이 너무도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