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뉴스


★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126편, 험블리 세계여행 - 스코틀랜드에선 뭘 먹지?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세계에서 가장 음식이 맛 없기로 유명한 나라 영국.

지리적인 특색과 역사, 문화의 영향으로 유럽 대륙을 비롯해 인도의 조리법과 미국의 즉석식까지 포용하고 있어 사실상 우리가 영국만의 음식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은 고작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나 홍차와 스콘 정도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곳 코란(Corran)의 한 B&B(Bed and Breakfast) 호텔에서 눈을 뜬 우리는 아침 식사로 영국의 전통 음식 중 하나를 접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아침 식사가 포함된 숙소에서 하루를 보낸 우리는 결코 아침을 거를 수 없어 눈 뜨자마자 고양이 세수만 대충 한 상태로 식당으로 내려갔다.



친절한 호텔의 직원은 방 번호를 확인한 후 지정된 좌석으로 안내했고 커피와 차를 대접하며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커피와 빵 종류만을 간단히 먹는 유럽 대륙식 아침식사(Continental Breakfast)와는 달리 과일 주스와 시리얼, 고기류와 달걀 요리, 토마토 등으로 구성된 영국식 아침 식사(English Breakfast)는 무척이나 푸짐한데 이 곳 호텔에서는 이 모든 요리가 한번에 나오는 대신 기본으로 나오는 토스트와 시리얼 외에 계란 요리와 메인 요리는 원하는 것들만 선택해 따로 주문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커피를 마시며 메뉴판을 살피던 중 눈에 띈 메뉴는 엄 남편이 너무나 좋아하는 수란과 말로만 들어 봤던 스코틀랜드의 전통 음식인 하기스(Haggis)였다.



잉글랜드 지방에 블랙 푸딩(Black Pudding)이 있다면 스코틀랜드에는 하기스(Haggis)가 있다.

이름만으로 들었을 땐 달콤하고 부드러운 디저트를 떠오르게 하는 블랙 푸딩(Black Pudding)은 우리나라의 순대처럼 주로 돼지의 피와 지방, 오트밀 혹은 보리를 재료로 하여 만든 일종의 소시지로 돼지 선지로 인한 거무튀튀한 색 때문에 블랙 푸딩이라는 이름이 붙여 졌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하기스(Haggis)는 양이나 송아지의 내장과 함께 오트밀 등의 곡류와 향신료 등을 섞은 뒤 위장에 넣어 삶은 요리로 14세기부터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사냥 이후 쉽게 상하는 내장 부위를 가급적 빨리 조리 해 먹기 위한 방법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아기 기저귀 이름과 비슷한 어감으로 귀엽게 느껴 졌던 하기스(haggis)가 어떤 음식인지 처음 알게 되었을 땐 살짝 경악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우리 나라의 순대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기회가 되면 한번 먹어 봐야지 했던 음식이었기에 이 날 조식으로 나온 하기스는 놓칠 수 없었다.



하나를 주문 했다고 정말 접시 위에 한 조각 만이 덩그러니 올라 가 있었지만 고소한 냄새에 압도 되어 그 맛이 너무도 궁금했다.

전혀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는 겉모습과는 달리 왠지 모르게 어디선가 먹어 본 듯하면서도 색다른 느낌도 들고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것이 생각 보다 괜찮은 맛이었다. 다만 오트밀로 인한 뻑뻑한 식감이 다소 낯설긴 하다.

좀 더 익숙해 진다면 아마 자주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미 본인에게 익숙한 음식을 더 선호하는 엄봉이는 이미 수란에 빠져 들어 하기스는 벌써 잊었나 보다.

이렇게 새롭고도 든든한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호수 건너편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탑승한 채로 타는 통근 배에 몸을 실었다.

자동차 한 대에 8 파운드만 지불 하면 차 안에 포함 된 우리 네 명은 그냥 무료로 탑승 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쩐지 자동차가 주가 되고 사람은 객이 된 느낌이라 기분이 묘하다.


배에 올라탄 후 그저 잠시 호수 풍경을 바라봤을 뿐인데 어느새 도착 했다고 한다.

호수를 건넌 후 약 10분 정도를 더 달려 도착한 글렌코는 조용하고 한가로운 호숫가와 구름 낀 산이 멋스러운 동네였다.

글렌코를 뒤로 하고 리치 로먼드 & 더 트로사크 국립 공원(Loch Lomond & The Trossachs National Park)에 진입했을 즈음 잠시 쉬어가기 위해 쉼터를 찾고 있었는데 멀리서 멋진 뿔을 가진 스코틀랜드 사슴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엔 그저 모형이나 동상 정도로 생각 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움직임이 느껴졌다.

정말 살아 있는 사슴이었던 것이다!


마침 스코틀랜드를 떠나기 전에 멋진 뿔을 가진 스코틀랜드 야생 사슴을 보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게 되어 너무도 반갑고도 신기했다.

우리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녀석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한걸음씩 걷기도 했다.

반가웠던 사슴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계속해서 스코틀랜드의 거친 날씨 속의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달려가다 출출함에 캘란더(Callander)라는 작은 도시로 진입 했다.


이 작은 도시에서 뭘 먹고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우리는 눈에 띄는 한 가게를 발견했다.

다른 것 보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했다는 파이가 궁금해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의 식당에서는 각종 수프를 비롯한 스코틀랜드 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단연코 우리는 수상 경력이 있는 파이에만 눈이 갔다.


그 중 우리는 스테이크와 오전에 먹어 보았던 하기스(Haggis)가 들어 간 고기 파이를 주문 해 보았다.

엄 남편은 하기스는 오전에도 먹어본 데다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며 버거를 주문 했지만 나로서는 이 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 파이와 하기스의 조화는 또 어떨지 궁금했다.

고소한 파이의 냄새와 소스의 향이 식욕을 마구 자극한다.

반으로 갈라 보니 두툼한 스테이크와 까만 하기스가 파이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담백한 고기와 함께 구수한 하기스 파이는 소스와 곁들이니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었다.


하기스를 그냥 먹기에 조금 부담스럽다면 이렇게 파이나 다른 음식들과 곁들여 먹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든든한 영국식 아침 식사로 시작한 오늘은 스털링(Stirling)의 숙소에서 요리해 먹은 스테이크로 끝이 났다.

스코틀랜드의 척박하고도 거친 자연의 모습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하기스(Haggis)와 다채로웠던 아침 식사, 그리고 고기 파이와 스테이크로 스코틀랜드의 맛을 본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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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12월 17일 127편 연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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