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루마니아의 서북부 지역에 위치한 루마니아 제 2의 도시인 클루지나포카(Cluj-Napoca). 중세시대부터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중심지였던 클루지와 로마제국 시절부터 발달한 지역인 나포카라는 별개의 도시가 1970년대 합병 되어 현재의 클루지나포카 라는 하나의 도시가 되었다.
우리가 이동하려고 했던 시기에 시기쇼아라에서 클루지나포카로 가는 버스나 기차가 마땅치 않아 교통편을 고민하던 중 동유럽권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카풀 같은 제도인 블라블라 카(Blah-Blah Car) 라는 시스템을 알게 되었다. 쉽게 말해 이 시스템에 등록한 일반 차량 소유주가 목적지가 같은 사람을 함께 태워 이동하는 형식인데 날짜와 시간, 목적지까지 잘 맞아 떨어지는 차량을 잘만 검색하면 오히려 일반 대중 교통보다 저렴한데다 운전자와의 합의 하에 원하는 곳에서 탑승과 하차가 가능하기에 편리하다. 우리는 운 좋게도 시기쇼아라의 숙소에서 픽업 후 클루지나포카에 예약해 둔 숙소에서 하차 가능한 블라블라 카를 찾아 예약했다. 약속된 시간에 숙소 앞으로 온 차량에 짐을 싣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시기쇼아라와 작별인사를 했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클루지나포카로 갈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함께 동행하는 운전자 커플의 친절함이 더욱 더 마음에 들었다. 가는 길에 만난 갑작스런 폭우와 건물에 붙어 있던 간판을 날려버릴 정도로 거센 돌풍에 당황했지만 그 때 밖이 아닌 차 안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새삼 하늘에 감사드렸다. 다행히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아무일 없었다는 듯한 날씨의 변덕에 다시 한번 놀랬다. 클루지나포카의 숙소 앞까지 데려다 준 운전자 커플과 작별 인사를 나눈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어둑해진 하늘은 오후에 부렸던 심술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파란 하늘이 예쁘게 드러난 다음날 얼른 이 도시를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버스를 타고 올드 타운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가장 먼저 마주한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 Piata Unirii)은 중세 시대에 시장이 들어선 곳으로 지금도 카페와 레스토랑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이 광장을 바라보는 동상과 성 미하일 성당의 모습이 내게 있어 클루지나포카의 첫 인상이었다.
트란실바니아 지역에서 브라쇼브의 흑색 교회(Black Church, Biseroca Neagra) 다음으로 큰 성당으로 교회의 탑은 트란실바니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교회 앞으로는 헝가리의 전성기를 이루어낸 헝가리 왕인 마티아스 코르비누스(Matthias Corvinus, Hunyadi Matyas) 의 동상이 서 있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였기에 이 곳 클루지 출신인 헝가리 왕을 기리는 것이다. 복잡한 중세의 역사에서 현재는 헝가리가 아니지만 당시에는 헝가리였던 이 곳의 역사를 더 중시하고 존중한다는 점이 내게 있어서는 색다르게 느껴진다.
광장의 한쪽으로는 바쁘게 움직이는 차량들과 사람들이, 그리고 다른 쪽으로는 카페들이 모여 있어 여유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광장을 지나 길을 걷다 보니 멋진 시계탑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클루지나포카 시청이다. 어느 도시든 시청 건물은 그 도시를 대표하듯이 멋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곁을 지나쳤다.
많은 사람들이 거니는 넓은 구시가지 거리를 거닐다 뭔가 상징적인 동상을 발견했다. 마치 짐승의 젖을 물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저게 뭘까 하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로마의 시조인 로물루스 레물루스 형제를 루마니아의 뿌리로 여기며 그들이 로마인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 동상은 이탈리아에서 선물로 준 5개의 카피본 중의 하나이고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우호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냥 무심코 봤을 땐 뭐지 하며 갸우뚱 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의 단군 신화를 생각해 보면 뭔가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 있어 크게 이해가 된다.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 있는 노란 교회를 지나 조금 더 걸어 가면 예쁜 국립 극장이 나온다. 루시안 블라가(Lucian Blaga)라는 이름의 이 국립 극장은 오페라 하우스와 함께 운영 되는데 예쁜 외관에 걸맞게 주변 풍경도 쉬어 가기 좋은 예쁜 곳이다. 시간만 맞다면 공연도 한 편 보고 싶지만 좀처럼 잘 맞지 않는 건 왜일까…
오페라 극장으로 향하는 계단에 앉으면 맞은편으로 보이는 곳에 혁명가인 아브람 이안쿠(Avram Iancu)의 동상이 서 있다. 그의 동상 뒤로 서 있는 멋진 돔의 정교회의 모습까지 더해지니 계단에 앉아 쉴 맛이 난다.
역사를 간직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여유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도시 클루지나포카에서의 시간을 끝으로 이 곳에서 루마니아 여행을 마무리한다. 와 보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했던 나라, 루마니아. 이토록 오랜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채 아름다운 문화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까지너무도 정감이 가는 곳이었다. 이제 다음 여행지인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가기 위해 또 다시 블라블라 카를 기다린다. 클루지나포카로 올 때와는 달리 운전자와 출발지가 달라 우리가 고속도로 한복판까지 가서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기도 했지만 재미난 추억으로 간직한 채 즐거운 여행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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