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뉴스 해외)허정연 기자
★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137편, 험블리 세계여행 - 포르투갈의 절경을 찾아서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포르투갈 서부 리스보아 주에 있는 대서양 연안의 도시인 카스카이스(Cascais).
1870년 포르투갈의 왕인 루이1세와 왕족들과 귀족들이 휴양을 즐기기 위해 모여들며 이루어 진 마을인 카스카이스는 지금도 수많은 고급 리조트와 숙박 시설 및 명품 쇼핑 센터들이 밀집해 포르투갈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로 많은 유명인들과 부유한 사람들이 머물며 휴양을 즐기거나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리스본에서 약 30km 정도 떨어 져 있는 카스카이스는 기차로 약 1시간이면 쉽게 도착할 수 있기에 오늘 하루는 카스카이스에서 지내보기로 했다.
카스카이스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가는 길, 근처에 있는 마켓에 우리가 자주 가던 에그타르트 가게의 2호점을 발견하고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참새처럼 에그타르트 가게를 향해 달려갔다.
하나씩 달콤한 맛을 본 후 두 개는 포장해서 카스카이스의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기로 하고 기차역을 향했다.
조금 늦은 오후 여서 일까, 기차역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리스본에서 출발한 이 기차는 몇 군데 다른 정류장을 거쳐 종착역인 카스카이스에 도착한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를 가리켰다.
오전에 너무 늦장을 부렸나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주어진 시간 만큼이라도 충분히 카스카이스를 즐겨 보기로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차역을 뒤로 하고 해안가를 향하는 길에 그림 같이 예쁜 골목들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겨울의 카스카이스는 휴양지 특유의 북적거림이 없이 한적한 거리와 따스함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군데군데 작은 해변들과 절벽들이 만들어 낸 경치는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한동안 바라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이 아름다운 절경 앞에서 리스본에서부터 가방 속에 고이 담겨 온 달콤한 에그타르트를 꺼내 들고 한입 베어 무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하다.
우리는 카스카이스에서도 번화가인 리베이라 해변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리베이라로 향하는 예쁜 골목에는 아기자기한 예쁜 상점들을 중심으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이었다.
골목길을 지나니 넓은 광장과 함께 리베이라 해변가의 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거리의 높은 야자수들은 마치 캘리포니아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물론 아주 약간이지만 말이다.
작은 시청은 이 곳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듯 소박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해변가를 향해 나갈수록 크고 작은 조형물들과 관람차는 겨울 휴양을 나온 관광객들을 맞이하며 관광지의 매력을 뿜어 내는 듯 보였다.
공기와 바람은 분명 차가운 겨울인데 따스한 햇빛 아래에선 활발히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지금이 여름인지 겨울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따사로운 햇살의 리베이라 해변을 만끽한 우리는 해안길을 따라 걸으며 이 곳의 또 다른 절경을 찾아 나섰다.
카스카이스 주거 지역에는 으리으리한 저택들과 부둣가에 한가득 채워져 있는 보트들이 역시나 부촌임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약 1.6km의 짧지 않은 거리지만 카스카이스 성채와 아름다운 해안가의 모습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어 전혀 지루하지 않은 길이었다.
바다 위로 멋진 바위들이 조화를 이룬 곳을 발견할 때마다 경로를 이탈해 가며 느긋하게 움직이던 나를 엄 남편은 어느 샌가 혼자 놀게 놔두고는 유유히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있었다.
이렇게 티격태격하며 우리는 목적지인 ‘지옥의 입’이 있다는 곳에 도착 했다.
지옥의 입이라니…이토록 아름다운 곳에 이렇게 무시무시한 이름을 지닌 곳은 도데체 어떤 곳일까…
지옥의 입은 해안 절벽의 밑부분 중 약한 석회암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기묘한 형태를 띈 틈이 생기게 되었는데 대서양의 거친 파도가 이 틈에 세차게 부딪히며 보여지는 모습이 마치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먼 바다를 바라보면 잔잔 하기만 해도 절벽이나 바위에는 어김없이 거세게 부딪히며 파도를 일으키는 모습이 신기하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깨달은 우리는 이 곳 지옥의 입에서 일몰을 볼까 생각도 했지만 잠시 고민 끝에 유럽의 땅끝 마을이라 불리는 호카곶(Cabo da Roca)에서 보기로 결정 했다.
카스카이스에서 호카곶 까지는 버스로 약 30분 정도이니 조금 더 재촉하면 분명 일몰을 볼 수 있으리라~
빠른 걸음으로 도착한 버스 정류장에는 다행히 호카곶으로 가는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좌석에 앉아서야 겨우 숨을 돌리고 얼른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멋진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던 버스는 어느새 호카곶에 도착 했다.
마침 일몰 시간이어서인지 입구에서부터 일몰을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빨간 등대가 우리를 맞이했다.
유럽 대륙의 끝자락임을 표시해 둔 호카곶의 십자가 탑 뒤로 붉은 해가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눈이 부셔 일몰 방향으로 걸으면서도 등대가 있는 쪽으로 등을 지고 거꾸로 걸어가기도 했다.
일몰의 모습과 일몰이 비추는 등대의 모습은 대조적이면서 너무도 아름다웠다.
십자가 탑에 도달하자 이 곳에서 사진을 찍어 추억으로 남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독사진 찍기를 포기했던 나와는 달리 대기줄을 끝내 기다려 엄남편은 끈기 있게 기념 탑 앞에서의 독사진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멋진 해안의 절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동안 해는 어느새 서쪽 바다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듯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유럽의 서쪽 끝이라 불리는 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이라니 어쩐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이토록 경이로운 광경을 바라보며 해가 빨려 들어가는 미지의 바다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절의 많은 항해사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 아닐까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리스본 근교에서 찾은 포르투갈의 절경을 되뇌이며 멋진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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