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120편, 험블리 세계여행 - 수수한 매력의 도시 인버네스
한국관광공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2,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시대에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세계여행!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는 울산의 신혼부부(애칭: 험블리)가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세계여행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그윽한 풍미가 가득한 싱글몰트를 제대로 즐긴 우리는 하이랜드 지역의 중심지인 인버네스(Inverness)로 향했다.
인버네스(Inverness)는 우리에겐 ‘네스호의 괴물’로 더 유명한 네스호(Loch Ness)로 이어지는 네스강(River Ness)이 북해로 흘러가는데 게일어로 네스 강 하류(Mouth of River Ness) 라는 뜻인 ‘Inbhir Nis’ 에서 나온 지명이라고 한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이며 2014년 한 부동산 웹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영국 전체에서는 두 번째로 살기 좋은 도시로 재평가 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 명성답게 인버네스의 첫 인상은 그야말로 평화롭게 다가왔다.
숙소를 나서 네스 강변을 향해 걸어 가니 가장 먼저 인버네스 성(Inverness Castle) 이 눈에 들어 온다.
11세기에 네스강을 내려다 보는 낮은 언덕 위의 요새 자리에 지어진 인버네스 성(Inverness Castle)은 1427년 스코틀랜드의 왕이었던 제임스 1세가 의회를 열었던 곳인데 이후인 1746년 제임스 2세를 지지 하던 군들에 의해 파괴 되었다가 1835년~1846년에 재건 되었고 현재는 주 재판소로 사용되어지고 있다고 한다.
흐린 하늘 아래 노랗게 물들어 있는 늦가을의 네스 강변의 모습에 고풍스러운 정취를 더해주는 인버네스 성을 바라보며 강 주변을 걷고 있노라니 뭔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되고 쓸쓸하면서도 낭만 가득한 선율이 귓가에 맴도는 듯 하다.
평화롭고도 아름다운 네스 강을 따라 걷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이다.
이 강변에 그리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엄 남편과 나란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이 곳,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전통적으로 모직과 식품 가공업이 주를 이루는 곳이지만 근처 해안에서 석유가 발견 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역시 발달하고 있는 도시 인버네스는 늘어나고 있는 관광 산업에도 불구하고 관광 도시로서의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관광지나 관광객들로 분주한 곳이 아니었기에 비교적 한산한 도시의 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두 개의 탑이 높이 솟아 있는 성 앤드류스 대성당(St. Andrew’s Cathedral)은 그 규모에 비해 다소 소박하게 느껴 지는 건 북적이는 관광객들 대신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일상이 더욱 크게 작용해서일까… 경건하고 고요하면서도 웅장하고 화려한 내부 장식이 멋스러운 곳이다.
강변을 더 걷다 세 여신의 조각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몇 년 전 영어공부를 위해 우연히 접했던 영국의 한 인터넷 신문 기사에서 보았던 Faith, Hope and Charity 석상이었다.
당시의 기사 내용은 성경에 기반을 둔 믿음, 소망 ,자비로움(혹은 사랑) 이라는 이 세 개의 조각상은 1860년 경 당시YMCA의 요청으로 인버네스 출신인 앤드류 데이비슨(Andrew Davison)에 의해 세워져 80년을 넘게 YMCA 건물 꼭대기에 세워져 있었는데 1955년 이 건물이 허물어 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서 이 석상들도 치워졌고 이후 영국 북쪽의 섬인 오크니 섬(Orkney)의 한 개인 수집가가 구매해 소장하고 있던 것을 2007년이 되어서야 시에서 사들여 다시 인버네스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아… 참 공부하기 싫어서 꾸역꾸역 억지로 읽어 내려갔었지 하며 새록새록 떠오르는 그 때의 기억으로 반가운 마음에 한참동안 석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려하거나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나만이 가지고 있는 추억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니 다른 어떤것들 보다도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계속될 여행지에선 또 어떤 다른 재미난 나만의 추억이 깃들여 진 곳들이 생겨 날지 궁금해 지기도 한다.
이렇게 즐거웠던 네스 강변 산책을 즐긴 우리는 이제 강을 뒤로 하고 센터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어느새 어두워 진 거리는 음산하면서도 무거운 느낌의 스코틀랜드만의 분위기가 감돌았고 여전히 한산한 거리를 걸으며 도대체 사람들은 다들 어디에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아마도 이 정도의 사람들만 사는 곳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던 중 그나마 많은 차량들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했다.
바로 한 쇼핑몰 근처였다.
사실 다른 관광 도시나 한국에 비교할 수 없지만 인버네스에서는 아마도 가장 분주한 곳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 추운 겨울에 대비할 털장갑과 모자를 장만하고 따끈한 커피도 한잔 즐기며 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쇼핑몰을 나오니 어느새 바깥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닫은 채 낮의 거리보다 더 한산하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다.
게다가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와 나름 거리엔 불빛 장식도 되어 있지만 도대체 다들 어디로 간 것인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
단지 이 고요함을 즐길 뿐이다.
아름다운 네스 강의 고요한 야경을 바라보며 온 종일 힐링되는 듯 한 수수한 매력이 좋았던 인버네스에서의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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