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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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천하정 기자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원로배우 최은희 씨가 향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50~60년대를 풍미했던 트로이카이자 故 신상옥 감독의 아내이자 뮤즈였고 한국영화사의 큰 별이었던 故 최은희는 한국영화에 길이 남을 큰 업적들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장남인 신정균 감독은 "고인은 지난 16일 오후 5시 30분경 신장 투석을 받기 위해 병원에 들렀다가 임종하셨다"고 전했다. 고인은 2006년 4월 배우자였던 故 신상옥 감독을 먼저 떠나보낸 이후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자택에서 병원을 오가며 일주일에 세 번씩 신장투석을 받아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고인은 그 와중에도 자신의 연기와 영화에 대한 집념과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1926년 광주에서 태어난 故 최은희는 1942년 연극 `청춘극장`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고 영화 `새로운 맹서`로 1947년 본격적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 이후에도 `밤의 태양`, "마음의 고향" 같은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단숨에 스타로 떠오르며 김지미·엄앵란과 함께 1950~60년대를 풍미했던 트로이카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산 故 최은희의 삶의 시작점에는 그녀 인생의 터닝포인트 故 신상옥 감독이 있었다. 신감독과 만나 사랑에 빠지며 그들의 운명적이고도 폭풍같은 영화의 막이 올랐다. 당시 영화산업에서 큰 영향력을 주도하던 故 신상옥 감독은 1953년 다큐멘터리 영화 `코리아`에 출연한 故 최은희와 사랑에 빠졌고 그렇게 그녀는 그의 뮤즈가 되었다.


두사람은 ‘꿈’(1955), ‘젊은 그들’(1955), ‘지옥화’(1958). ‘로맨스 빠빠’(1960), ‘성춘향’(1961),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등 1976년까지만 130여 편의 영화를 함께하며 한국영화에 한 획을 함께 그었다. 이후 고인은 ‘민며느리’(1965), ‘공주님의 짝사랑’(1967), ‘총각선생’(1972)등을 직접 연출하며 우리나라의 세 번째 여성감독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으며 연출과 연기를 함께 진행했던 `민며느리` 로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휩쓸며 탄탄대로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1976년 故 신상옥 감독과의 이혼 이후 1978년 1월 안양영화예술학교의 사업차 홀로 홍콩에 방문했다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를 당하게 된다. 그해 7월 故 신상옥 감독 또한 납북되고 만다. 납북 6년째가 되던 해 1983년 3월에 열린 김정일의 연회에 초대받은 두 사람은 영화에서나 볼법한 스토리 처럼 그 자리에서 다시 재회하게된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북한의 영화 촬영소 `신필름`의 총장을 함께 맡으며 `돌아오지 않는 밀사` 등 총 17편의 작품활동을 함께하기에 이른다. 특히, 故 최은희는 북한에서 직접 만든 영화 `소금`으로 한국인 중에서 최초로 1985년 모스크바 영화제의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며 큰 명성을 떨쳤고 이후 김정일의 신뢰를 얻어 1986년 3월 오스트리아 빈 방문 중 미국 대사관에 진입해 꿈에 그리던 망명에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


망명은 했지만, 고국으로 되돌아 가는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10년이 넘는 세월을 망명 생활을 이어 하며 지내왔고 1999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고향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두 사람의 영화 같은 스토리는 이후 2016년 로스 아담 감독과 로버트 캐넌 감독의 공동 연출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를 통해 다시 재조명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극단 `신협`의 대표로 취임하며 문화와 영화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은 채 활발히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2006년 故 신상옥 감독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건강히 급격히 나빠지며 고인도 세상과 영원한 작별인사를 했다. 영화 같은 모진 삶을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연기와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잃지 않았던 故 최은희는 영화계의 큰 별이 되어 수많은 영화인의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하게 되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으며 오는 19일 오전 발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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